피천득님의 '인연'을 읽다가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있어서 이렇게 옮겨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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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후 남편이 친구들과 멀어지는 때가 있다고 한다. 너 같은 아내는 남편과 친구들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 줄 믿는다. 옛날 가난한 선비 집에 친구가 찾아오면 아내는 말없이 나가 외상으로라도 술을 받아 왔다고 한다.
  부부는 일신이라지만 두 사람은 아무래도 상대적이다. 아버지와 달라 무조건 사랑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언제나 마음을 같이할 수는 없다. 제 마음도 제가 어찌할 수 없을 때가 있는데 개성이 다른 두 사람이 한결같을 수야 있겠니?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기분이 맞지 않을 수도 적은 비밀이 있을 수도 있다.
  자존심 강한 너는 남편의 편지를 엿보지는 않을 것이다. 석연치 않은 일이 있으면 오해가 커지기 전에 털어놓는 것이 좋다.
  집에 들어온 남편의 안색이 좋지 않거든 따뜻하게 대하여라. 남편은 아내의 말 한마디에 굳어지기도 하고, 풀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같이 살아가노라면 싸우게도 된다. 언젠가 나 아는 분이 어떤 여인 보고, "그렇게 싸울 바에야 무엇하러 같이 살아 헤어지지" 그랬더니 대답이 "살려니까 싸우지요. 헤어지려면 왜 싸워요" 하더란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 싸움이라도 잦아서는 나쁘다. 그저 참는게 좋다.
  아내, 이 세상에 아내라는 말같이 정답고 마음이 놓이고 아늑하고 평화로운 이름이 또 있겠는가. 천년 전 영국에서는 아내를 '피스 위버(Peace-weaver)'라고 불렀다. 평화를 짜 나가는 사람이란 말이다.
  부부는 서로 매력을 잃어서는 아니 된다. 지성인이 매력을 유지하는 길은 정서를 퇴색시키지 않고 늘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며 인격의 도야를 늦추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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